공지사항
번역 넘어 집필까지…‘AI 악용’에 출판계 몸살
번역 넘어 집필까지…‘AI 악용’에 출판계 몸살
AI(인공지능) 활용을 넘어 ‘악용’해 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출판 시장에 등장 중이다. AI와의 ‘공존’은 필요하지만, ‘선’을 지키는 것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지난해 AI를 통해 ‘찍어낸’ 책을 다수 출간한 한 출판사가 ‘뜨거운’ 감자가 됐었다. 2022년 설립된 한 출판사는 약 1년 동안 9000권 이상의 책을 출간하고, 또 다른 출판사는 약 2주 동안 1000권이 넘는 전자책을 출간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단순히 신간의 ‘질’에 대한 걱정은 물론, 이것이 ‘납본 보상금’을 악용하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납본 보상금 제도는 새롭게 출간되는 책을 수집과 보존 또는 전승을 위해 의무적으로 국가에 납본하게 되는데, 이때 출판사는 납본한 책 한 권의 값을 보상금으로 받는 것을 뜻한다. 즉 AI로 찍어낸 1만권의 책을 내면 국가는 1억원의 납본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질 낮은 번역도 출판 시장의 새로운 문제점이 되고 있다. 최근 한 출판사에서는 세계문학 시리즈 ‘오디세이아’, ‘변신’ 등의 번역본을 선보였는데, 이때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와 같은 인터넷 용어가 담겨 독자들의 호불호를 야기했다. 이 가운데, 역자 이름은 ‘제미나이·S’로 표기가 돼 생성형 AI로 번역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SNS 등으로 제기됐으나 해당 출판사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출판계에서도 AI의 활용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도쿄도 동정탑’은 전체 분량의 2%에 해당하는 분량을 AI로 작성했음에도, 170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책에서는 작중 인물들의 질문에 AI가 답변하는 내용이 담기는데, 이때 실제 AI의 답변을 작품에 활용해 ‘영리하다’는 평을 받았다.
‘양면의 조개껍데기’에서 인간이 되고픈 기계, 인간이 된 후 기계로 돌아가고픈 존재 등 여러 종류의 비인간 이야기로 AI 시대, ‘인간성’의 의미를 짚은 김초엽 작가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AI에게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창작 행위라고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활용’을 넘어 ‘악용’하는 사례는 출판 시장에 지금, 어떤 질문이 필요한지를 되새기게 한다. 일부 공모전에서는 ‘AI 제작 작품은 응모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넣기도 하지만, 개인의 노력 이상의 장치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은 도서관, 서점 등 책을 선보이는 플랫폼에서 AI를 활용한 ‘질 낮은’ 도서를 걸러내는 노력도 요구된다.
개인의 노력을 넘어,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AI 활용 자체를 막을 수 없어진 현재, 우선은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유럽 등 일부 국가들은 내가 접하는 콘텐츠를 AI가 제작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이른바 ‘AI 제작물 표기’(AI 라벨링)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것이 국내에서도 시도가 되고 있다. 현재 생성형 AI 결과물에 표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인공지능기본법(AI 기본법)’이 22일부터 시행되는데,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