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도서
시가 못 된 나의 노래들을 엮어 시집을 낸다. 요즘처럼 시인 많고 등단하기 쉬운 시절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등단이라고 하고 나서 ‘정말 내가 시인인가?’, ‘내가 쓰는 것이 시가 맞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 항상 가슴을 무겁게 했지만, 그래도 시집 한 권은 내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 때문에 오늘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런지 시집을 낸다는 기쁨보다 두려움이 많이 앞선다. 이 글들은 내가 꽤 오랫동안 써온 것들이다. 그래서 시적으로 일관된 경향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어떻게 보니 잡화상 같은 느낌마저 든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진보인지 퇴보인지 모를 변화가 있었던 듯, 지금의 눈에는 다소 익숙지 않은 것들도 보인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그 시점의 내 의식 세계를 찍은 스냅사진이라고 여겨, 특별히 거슬리지 않으면 다시 손대지 않고 실었다.
난 난해한 시를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기 때문에 되도록 쉬운 언어와 표현을 쓰기 위해 노력했고, 다소 무겁게 느껴질 만한 글도 요즘 유행하는 시들처럼 난해하게 흐르지 않도록 조심하였다. 달달한 시를 안 쓰면 독자들이 읽지를 않는다고 누가 얘기해줬지만 난 그런 시를 쓸 줄 모르니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는 난망이다. 하지만 나는 이 시집을 팔아 돈을 벌 것도 아니고 이름을 날릴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 단 한 분의 독자라도 이 글들로 인해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의 울림이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다만 이 이야기들은 내가 세상을 건너오며 느끼고 고민했던 시간의 진솔한 산물이란 것만 밝히고자 한다. 이 시집이 홍수같이 쏟아지는 문학작품 속에서 독자들의 눈과 머리를 어지럽히는 쓰레기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쩌면 어느 날 이 시집들을 다시 긁어모아 불질러 버려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그런 날이 온다면 그때는 오랫동안 내 가슴을 짓눌렀던 화두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저자 송병찬
● 1960년생
● 2018 대한문학세계 등단
● 현재 충북 영동 거주
제1장. 사람 세상 찾는 이에게
향일암
강이 되는 법
사람 세상 찾는 이에게
몽당비
문만 있는 정원
꽃의 편지
붓꽃
마중물
보리밥
남의 살 태우는 자를 위한 변명
곁에 있을 때 그리워하세요
별
설야(雪野)
관계
어떤 얼굴
찔레
오늘에게
포충등
세상구경
세 아내
제2장. 새벽을 깨운 이들을 기억하며
상갓집에서
억새
매화등걸
연어 되어 돌아오다
초승달
어미
외출
대설
닭장차
새벽을 깨운 이들을 기억하며
칠월 궁남지
고속도로의 나비
허물
제비
담쟁이
개망초
용기
회색 페인트 만들기
왜가리
이웃
제3장. 고개 숙인 새싹에게
쏙독새
아내의 소리
낙원 찾기
담장 밑의 김 씨
고개 숙인 새싹에게
민들레 부모
장날
빛보다 밝았던 그림자
가는 봄
길의 배신
꿀벌
나이테
광평 저수지
양귀비 속에 핀 백합
할머니 꿈
나그네
반딧불이
선산을 거닐며
비 오는 날에
농부 송 씨
제4장. 흰나비의 봄날
짐수레
벼
밥
국화
풀벌레
능소화
새벽닭 울음
귀로
단비
횟집 수족관
매화꽃차 한 잔
찔레꽃
검은 백로
춘풍유감
둥구나무
넥타이 부대
흰나비의 봄날
진달래꽃
난 대로
봄소풍
제5장. 뜨겁게 살다 간 잡초를 기리며
꽃처럼
할머니와 고무신
나무들에게
봄
너희들에게
봄비
구멍가게
고개 숙인 꽃에게
내 몸 안의 개
따뜻한 사람
유마(維摩)
치매
설중매
대마(大麻)
고드름
달챙이숟가락
이 아침에
쫓겨 살다 간 새
벚꽃과 나비
뜨겁게 살다 간 잡초를 기리며
제6장. 알바 누에의 유산(流産)
마음다리
흉노를 생각하며
동천(冬天)
낮달
마지막 식사
하루살이
잊고 산 것
과거
알바 누에의 유산(流産)
꽃피운 죄
노란 손수건
분꽃
광대
익숙해짐에 관하여
누구에게나 삶은 어렵고 힘들다. 별일 없어 보이는 사람도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각자 견디며 살아가고, 나 역시 망설이거나, 피하거나, 참거나, 아주 조금 용기를 내면서 그 시간들을 지나왔다. 그 삶의 갈피마다 나에게는 시가 있었다. 시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어설픈 욕망들을 이해해주었고, 괜찮은 척했지만 괜찮지 않았던 나의 모멸감을 달래주었다. 그리고 뜻대로 풀리지 않은 일에 화가 날 때 나를 다독여주었고, 인정받기 위해 기를 쓰는 나에게 너무 애쓰지 말라 위로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