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도서
여행의 이유를 캐다보니 삶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로 이어졌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여행에서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굴러간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고, 그들이 와있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 지구에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일이다. 본 시집 『빠하르간지의 이방인』에 도움을 준 고마운 이름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여행에서 내가 만난 모든 이들, 돈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간에, 재워주고 먹여주고 태워준 무수한 타인들이 아니었다면 이 책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특별히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이는 있다. 바로 긴 여행길에서 나를 참아준 아들이다. 가끔은 별것 아닌 일로 다투기도 하고, 날선 말로 감정을 다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함께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고,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느낌을 공유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었던 아들이 없었더라면 여행은 그저 지루한 고역에 불과했을 것이다. 지구에서의 남은 여정이 모두 의미 있고 복되기를 기원해본다.
신환식 시인
꽤 오래전부터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다. 여행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가? 이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구하고 싶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그러니까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을 기준으로 보면, 나는 그 무엇보다 우선 시인이었고, 그다음으로는 역시 여행자였다. 글쓰기와 여행을 가장 많이, 열심히 해왔기 때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쓰다보니 정말 많은 것들이 기억 깊은 곳에서 딸려 올라왔다.
제1부. 난 반했습니다
봄
개망초
저녁풍경
시흥 가는 길
달개비꽃
오월의 들판
오월에
여름 시작
양촌리 커피
소 먹이는 아이들
이별 후
컴퓨터
철새
난 반했습니다
그리움
객지생활
집으로 가는 밤
독백
히말라야 트레킹 길에서
달빛
공부
눈 내리는 밤
제2부. 어지러운 오후
설날의 추억
할아버지 방
섬진강가에서
봄바람
늦가을 산길에서
어지러운 오후
하늘이 쇠지랄을 하는 날 아침
자취방
비
퇴근길
노을이 아름다운 저녁
416
필름 돌아갑니다
풀벌레 소리가
제3부. 빠하르간지의 이방인
치과병원 문을 나서며
이제야 알았네
빠하르간지의 이방인
여름날의 추억
단풍
넋두리
퇴근시간의 단상
아버지
눈 내립니다
하굣길
훈련병의 하루
4박 5일간의 출가
제4부. 떠나고 싶은 날
산으로 갑니다
치밭목산장 가는 길
치밭목에서
치밭목의 밤
양진암 가는 길
우중산행
떠나고 싶은 날
남해 그리고 삼천포
빗점골에서
연초록빛 가득한 산천
칠선계곡 가는 길
초여름 산길에서
심마니능선에서
설악산에서
아들과 함께한 지리산
아들과 자전거 여행
아들과 함께한 설악산
산신령님의 축복이
제5부. 바라나시에서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
랑탕 헤매기
바라나시에서
여행의 감각을 일깨우는 신환식의 매혹적인 이야기 『빠하르간지의 이방인』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던 저자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자신의 모든 여행의 경험을 담아 써내려간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시집이다. 지나온 삶에서 글쓰기와 여행을 가장 많이, 열심히 해온 저자는 여행이 자신에게 무엇이었는지,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여행의 이유를 찾아가며 그 답을 알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겪은 경험을 풀어낸 단순한 여행담이기보다는,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삶의 의미로 주제가 확장되어가는 사유의 여행에 가까운 시집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저자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놓는 여행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렸을 법한, 그러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남겨두었던 상념의 자락들을 꺼내 특유의 인문학적 사유로 풀어낸 저자의 글은 여행의 감각을 일깨워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