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도서
너무 오랜 시간 묵혀두어서 향기마저 잃어버린 듯한 추억 속 단어들이 지금의 나였던가. 힘들 때마다 문득 등 뒤에서 안아주는 시가 있어 시 쓰는 걸 놓을 수 없었다고 민낯을 드러내듯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지만 그 유치함 속에 순수함도 있었구나 하면서 한 번 웃고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먼지들을 모두 털어내려 한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지독하게 외로움을 탔었던 그날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를 위해 이십 년도 더 지난 시들을 모아 그 모든 것들을 이제 정리하려 한다. 칼질도 하지 않고, 덧칠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뼈대를 드러낸다. 피와 살은 그대들의 몫이니! 이 순간 이 시집 「어쩌면」을 손에 든 그대에게 감사드립니다.
시인 박정화
2000년 한맥문학
“갈매기 외 다수” 등단
“시사랑 2000” 동인지 발행(초대시인 故조병화님)
현 광주문인협회 회원
제1부. 기다림
갈매기
내가 아는 당신은
어두운 창가에서
매미의 유언
반복
나그네
마중
그대, 바람
홀로
빗속에 버려진 의자
낙서
당신
욕심
비움
첫눈
꽃샘추위
내 안에 없는 너
님을 위해
애증의 강
바다와 비
제2부. 그리움
그리움
등대
가로등
혼자
고뇌
그대 가시는 길
오늘도 난
하지 못한 말
넌
하늘이
너의 날개를
이름(Sc)
온전히
가을아 가니?
이제는
블루크리스마스 (하나)
블루크리스마스 (둘)
블루크리스마스 (셋)
블루크리스마스 (넷)
제3부. 기다리다
이미 꿈이 되어버린 사람아(낙엽)
잠 못 이루는 밤이면
먼 여행
가을 유서
바람의 향기
왜 날
담쟁이
지금 이 순간
술 취한 새
아픔 그리고 햇살
우리는
마냥 기다림
고백
그댈 기다리다
이끼
첫눈이 내리면
기다린다 봄
바램 (하나)
편지
봄비
제4부. 그리워하고
어머니
님이시여(그리운 아버지)
섣달 보름에
서글픈 섣달 그믐에
동심(同心)
EMPTY
나의 사람에게
선물
그대여
겨울, 강촌에서
기약
하루
바램 (둘)
하늘만 봐도 네가 그립다
너를
바람이 차가운 날에도 네가 그립다
가을의 속삭임
이별
가을비
나 그대가 그리울 땐
제5부. 그리워하다
등대지기
만남(차귀도에서)
그리움덩이
낯설은 그리움
그리운 사람
망각(길)
섬진강에서
그날이 오면
시월의 밤
낙엽
독백
죽은 시인을 사랑하는 나
(故천상병 시인을 그리워하며)
겨울비
해바라기
그리움의 조각배
비의 속삭임
꿈속에서
또 이별
미운 사람
영원한 이별
제6부. 어쩌면
어디에도 없는 당신
겨울비가 내리는 아침에
나의 또 다른 슬픔
그리움아
당신이 돌아오신 날
불효자식
새가 되어
멍
목련
나의 가을은
소리 없는 새
초혼(初昏)
내가 아는 작은 평화
비를 닮은 사람
그렇게 살고 싶어라
사루비아
무소유
그림자
나를 지우다
아름다운 아픔
시인 박정화의 사랑에 대한 시다. 사랑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쉽고 편안한 문체로 썼다. 흔한 사랑이지만 그래서 식상하고 가볍게 넘기기 쉬워도 사랑만큼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사랑은 늘 채워지지 않고 부족하여 가슴 한 켠이 시리고 아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랑이 온전하게 채워지길 기다렸던 기억들. 이 시집 「어쩌면」은 그런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 추억을 생각하게 한다. 짧든 길든 인생을 되돌아보면 그래도 의미 있었던 순간순간에 사랑이 있었다. 생을 마감하고 싶은 순간에도 떠오르는 사랑의 기억이 그녀를 다시 살게 하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계절이 바뀌고 풍경이 바뀌고 모든 것이 변해간다고 생각될 때도 사랑은 가슴에 빈 공간으로 남아 채워지질 기다리고 있다. 사랑은 기다림이 중요하다. 사랑은 보이다 가도 어느 순간 보이지 않고, 만져지다 가도 어느 순간 물처럼 사랑이 아닌 듯 흘러가 버리기도 한다. 그러니 그냥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