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도서
사랑에도 날씨가 있다 1
박희관 시집
사랑에도 날씨가 있다 1
박희관 시집저자
박희관출간일
2026년 4월 30일페이지
84쪽판형
변형판형(135*210mm)정가
10,000원사랑은 지나가도 끝나지 않는다. 어떤 마음은 말보다 먼저 온기로 기억되고, 어떤 시간은 오래 지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갖게 된다. 『사랑에도 날씨가 있다 1』은 바로 그 남겨진 감각들을 따라가는 시집이다. 사랑의 시작과 온도, 멀어진 뒤의 침묵과 남겨진 시간을 계절의 흐름처럼 담아내며, 한 사람이 지나온 마음의 결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이 시집에서 사랑은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 삶 안에 오래 머무는 하나의 기후에 가깝다.
시집은 ‘맑음의 시작’에서 출발해 ‘사랑의 온도’, ‘사랑 이후의 언어’, ‘남겨진 시간’으로 이어지며 사랑의 여러 얼굴을 천천히 펼쳐 보인다. 처음 마음이 스며드는 순간, 함께 있던 시간의 빛, 다 말하지 못한 고백과 멀어진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감각이 짧고 단정한 언어 안에 담겨 있다. 과장된 감정이나 큰 목소리 대신, 햇살 한 줌, 줄어든 찻잔 하나, 계절의 기척 같은 일상의 이미지들이 오히려 더 또렷하게 마음을 건드린다.
이 책은 사랑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시간을 겹쳐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이미 한 계절을 지나온 사람에게도, 이 시집은 익숙한 감정을 조금 더 조용하고 깊게 돌아보게 한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 시간은 결국 한 사람의 내면을 이루는 풍경이 된다는 것을 이 시집은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사랑에도 날씨가 있다 1』은 사랑을 읽는 책이면서, 결국은 마음의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시인 박희관(朴喜官)
충북 옥천
2006년 《아침의 문학》 신인상
2009년 「한밭문학상」 시 부문
대전문인협회 회원
《아침의 문학》 주간
시집 『너라는 이름에는』
추천사
시인의 말
제1부. 맑음의 시작
봄이 말을 걸 때
드러나는 것들
은하수
너에게 닿는 거리
고백
제2부. 사랑의 온도
열꽃
꽃이 피면
섬 그곳
가을 연가
지나는 바람이라면
제3부. 사랑 이후의 언어
먼저 봄이 되는 것들
오감
찻잔 속으로
음계
부러진 시
그림자를 앉히며
제4부. 남겨진 시간
물너울
노을 진 들녘
백양사의 겨울
노을
산사에서의 봄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고
말보다 먼저 마음이 닿던 날들
사랑에도
분명
날씨가 있었다.
그 시간은
지나간 것이 아니라
지금도
나를 스쳐 흐른다.
박희관의 시집 『사랑에도 날씨가 있다 1』은 사랑을 한순간의 감정으로 묶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사람 안에 남아 있는 기척으로 바라보는 시집이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사랑의 시작을 떠올릴 때 “말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 그날의 온기”였다고 적는다. 그리고 이 시들이 그 온기를 따라 다시 걸어간 기록이라고 말한다. 이 짧은 고백만으로도 시집의 방향은 충분히 전해진다. 여기서 사랑은 설명의 대상이기보다, 지나간 뒤에도 오래 남아 다시 불려 나오는 감각에 가깝다.
시집의 구성도 그런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쳐 준다. 제1부 「맑음의 시작」에서 마음은 아주 미세한 기척으로 시작된다. 제2부 「사랑의 온도」에서는 관계가 가장 또렷하던 시간이 지나가고, 제3부 「사랑 이후의 언어」에서는 지나간 사랑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말들이 놓인다. 마지막 제4부 「남겨진 시간」에 이르면 사랑은 더 이상 두 사람 사이의 사건으로 머물지 않고, 한 사람 안에 남은 기억과 사유의 자리로 옮겨간다. 그래서 이 시집은 사랑의 전 과정을 서사적으로 밀고 가는 책이라기보다, 사랑이 사람 안에서 어떻게 남아 있는가를 여러 결로 보여주는 시집에 가깝다.
첫 장을 펼치면 이 시집이 무엇을 바라보는지가 비교적 또렷하게 드러난다. ‘봄이 말을 걸 때’에서 시인은 “문득 / 햇살 한 줌이 / 가만히 / 가슴 끝을 스칠 때가 있다”라고 쓴다. 이어 “아무 일도 없었는데 / 눈물이 / 차오르는 순간 / 금이 간 자리로 / 빛이 먼저 든다”라고 적는다. 사랑의 시작을 이처럼 조용한 변화로 붙드는 방식은 이 시집의 기본적인 호흡을 잘 보여준다. 사랑은 갑작스러운 선언이나 격한 움직임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안쪽의 결을 바꾸어 놓는 무엇으로 그려진다. ‘드러나는 것들’에서도 빛은 낮은 곳부터 번지고, 금이 간 자리 사이로 색이 스며든다. 이 시집은 그렇게 사랑이 사람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크지 않은 언어로 붙든다.
그 흐름은 ‘은하수’와 ‘고백’ 연작으로 이어지며 작가가 사랑을 바라보는 시간의 폭이 놓여 있다. 시작의 설렘만이 아니라 멀어진 뒤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감각까지 함께 보고 있는 것이다. ‘고백’ 연작에서도 마찬가지다. “말은 늦게 도착했고 / 침묵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라는 표현이나 “눈빛만이 / 돌아오지 못한 문장이었다”라는 구절은, 이 시집이 사랑을 크게 말하기보다 말보다 먼저 있었던 마음, 끝내 다 말해지지 못한 감정의 자리를 더 오래 바라본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집의 시선은 고요한 자리로 옮겨간다. ‘먼저 봄이 되는 것들’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 먼저 봄이 된다”라고 적으며, 아직 다 말로 붙잡히지 않은 마음의 움직임을 짚어낸다. ‘찻잔 속으로’에서는 이별을 “둘이 마시던 잔이 / 하나로 줄어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생활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이 표현 안에, 관계가 지나간 뒤 남는 현실의 감각이 조용히 담겨 있다. 이어 ‘백양사의 겨울’과 ‘산사에서의 봄’에 이르면 사랑은 점차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과 시간을 견디는 태도로 옮겨간다. “그리움은 / 떠난 이가 아니라 / 남은 계절의 이름”이라는 구절이나 “당신을 지나 / 나를 관조하는 일이었다”라는 문장은, 이 시집이 도착한 자리를 보여준다. 사랑은 사라졌다기보다 마음의 풍경 속으로 스며들어 다른 언어가 된다.
이 시집의 문장은 전반적으로 짧고 단정하다. 그래서 읽는 이에게 특정한 감정을 강하게 요구하기보다, 각자의 기억이 들어갈 자리를 남겨 둔다. 사랑과 이별, 그리움과 회상이 중심에 놓여 있지만, 감정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것도 이 시집의 특징이다. 지나치게 격해지지 않고, 지나치게 의미를 덧붙이지도 않는다. 그 덕분에 독자는 시를 따라가면서 특별한 장면을 구경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기 안의 어떤 시간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사랑에도 날씨가 있다 1』은 사랑을 말하는 시집이면서도 결국은 시간을 지나온 마음의 깊이를 보여주는 시집이다. 그 차분한 시선과 절제된 언어가 이 한 권을 오래 붙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