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도서

출간도서

제0의 모순 (1)

오동원 소설집

제0의 모순 (1)

오동원 소설집
  • 저자

    오동원
  • 출간일

    2026년 5월 29일
  • 페이지

    108쪽
  • 판형

    변형판형(135*210mm)
  • 정가

    5,000원

책 소개


   한 작가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감춰져 있던 삶의 문을 여는 시작이 된다. 여류작가 우순심의 동반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출발하는 『제0의 모순』 1권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믿었던 한 인물을 전혀 다른 자리에서 다시 바라보게 한다. 평론가 안문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사건의 진실보다 더 복잡하고 더 선명한 것이 떠오른다. 한 여성의 젊은 날, 사랑과 결혼, 상처와 자존심, 그리고 끝내 놓을 수 없었던 기억의 결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소설은 진실을 캐내는 이야기라기보다, 한 사람을 둘러싼 해석이 얼마나 자주 빗나가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바깥에서 보면 하나의 스캔들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그것은 단순한 비극도, 도덕적 판결도 아닌 인간 내면의 깊은 모순으로 바뀐다. 우순심은 누군가의 입으로 쉽게 설명되는 인물이 아니라, 여러 계절을 지나며 조금씩 드러나는 인물이다. 그래서 더 궁금해지고, 더 오래 읽히며, 마지막에는 사건보다 사람을 남긴다. 결국 우순심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삶의 얼굴이 이 1권에서 비로소 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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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여는 글

5학년부터 4학년까지

작가의 말



   덧붙이기는,

   ‘사람은 왜 사람인가?’

   뭐 다를 거도 없어? 새를 생각하면, 뭐 날지도 못하잖아?

   그때에 인간의 유일한 언어유희. 사고(思考), 논리(論理)의 도락…… 문장(文章)의 묘미. (1권, 여는 글 16쪽)


   마누라가 명색이 일세를 풍미했다는 소설가인데 한낱 탁상활자의 그 수만 상상을 우롱해서 내가, 소설가가 발견한 사진 속 황민호에게 쓰러지다시피 기대선 젊은 여자는 그의 제자였다. (2권, 본문 13쪽)


   ……더욱 불행한 건 피에로처럼 짙은 화장으로 거의 변장한 그녀를 내가 한눈에 알아봤다는 거예요. 그날 좀 술이 과해 분명하지는 않지만 뭐 그녀는 이랬던 거 같아요.


   ‘…바뀐 건 없어. 그때도 전공은 연애였거든. 부전공이 문학이었을 뿐이지, 그걸 저버렸을 뿐이지. 꿈★은 (손가락으로 별을 그렸다.) 이루어지지 않는다, 호호호…’

   (꿈★은 이루어진다? 꿈은 꿈이지. 개꿈도 아니고, 꿈이 이뤄져서야 그게 무슨 꿈이야.)


   흐윽……

   (……그래, 맞아. 이제사 말이지만, 이뤄진 꿈이란 개꿈이었던 거지. 거지? 진짜 거지 같다. 방랑시인, 김병연. 세상이 거지 같아 다른 세상을 꿈꾸었던 비렁뱅이 시인, 김삿갓. 꿈★은 이뤄지지 않아서 진짜 꿈을 꾼 거지, 진짜 슬픈 거지.)

   흐으흑…… (2권, 본문 61쪽)


   구태여 입을 열어 정순이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우주에는 우리 태양보다 이천 배나 큰 별이 있다는구나. 그 별이 우주에서 가장 큰 별이라는데, (이건 별이 아니라 성단이라는 추측도 있대. 하긴 지구에서 거의 일만구천 광년에 있다니, ‘광년’은 알지? 광년은 시간이 아니고, 일 광년이면 빛이 일 년 동안 간 거리, 그러니까 지구에서 빛이 거의 일만구천 년 동안 간 거리에 있다니 누군들 그것을 그것으로 단정하겠냐마는. 다시 생각해 보겠니? 그 별을 우리가 그 별의 빛으로 지각한다면 그건 그 별의 거의 일만구천 년 전이지? 

   ……내 입이 ‘일만구천 년’이라 했니? 말이 쉽구나. 일만구천 년 전이면 인류는 아직 신석기가 시작되지 않았어. 구석기가 막 끝나가고 있었지. 마지막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진입하고 있었다잖니? 고작 인류는 그때 돌을 깨서 다듬어 도구로 사용하며 인류의 문명은 막 시작하고 있지 않았는가. 그 별이 지금 대폭발로 블랙홀이 된다면 그걸 우리는 일만구천 년 후에 보고 지각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 별의 ‘지금 현재’를 인류가 볼 수나 있으련지?) 그마저도 인간이 인지하는 인간의 ‘지금 현재’일 뿐일 테지. 이제 겸손해진 태양의 대략 100분의 1의 지구, (그럼, 태양에 이천 배나 크다는, 방금 말한 그 별은 그럼 지구의 몇 밴 거니? 난 여엉 숫자에는 알레르기가 있어서……) 지구라는 이 작은, 뭐 그래도 예쁜 초록별에 사는 인간이 붙인 그 별의 이름이 무슨 의미일까마는 그 별을 ‘스티븐슨 2-18’이라 부른다지? 근데…… 구태여 입을 열어 말할 거도 없겠지만, 그 별 또한 우주의 한 마이크로의(지구의 이십만 배의) 점일 뿐인 거지.’ (2권, 본문 109쪽)


   2박 3일, 내가 ‘설국(雪國)’을 읽은 게 여고 입학고사를 치르고, 아직 중학교는 졸업하지 않고 휴면에 든 누에처럼 잔뜩 웅크려 기나긴 겨울방학을 보내던 그해 늦은 겨울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 이야기 등장인물들의 면면과 그 행적, 특이나 시마무라와 고마코의 연애가 재미있었을 법도 한데 그 사랑의 무대가 되어준 눈 덮인 온천 취락에, 여기저기 스멀거려 끝없이 피어오르는 증기에 둥실둥실 부유하듯 더욱 빠져들었다. 차가움과 따스함의 극한 대비는 정서의 가늘었지만 깊은, 그 사이를 비스듬히 열었다. 사사로움, 유한한 것들과 얽히며 허무주의는 오히려 은하수를 우러러 무한의 영원을 모색한다. 헛수고, 난데없는 이 허무가 근거 없던 두려움의 발원지였을까……? 그 이후 한동안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족족 ‘설국’은 겨울철에 읽도록 장려하곤 했다. 가뜩이나 소리 없이, 아닐까? 소곤소곤 눈 내리는 밤에 커다란 창가에서.


   눈 덮인 가평에서의 2박 3일은 짧게 지나갔다. 그 2박 3일은 그보다 짧은 시간보다 길지 않았으며, 그보다 긴 시간보다 짧지 않았다. 내가 거기에서 보낸 그것은 이미 시간이 아니었다. 내가 ‘설국’을 읽도록 장려했던 ‘겨울철’은 이미 시간의 겨울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그 2박 3일은 시간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공간의 세계였다. 짧지도 않고 자그마한, 내게는 겨울날에 소리 없이, 아닐까? 소곤소곤 눈 내리던 2박 3일의 소설, ‘설국’이 그렇듯 거기에 영원(永遠)이 있었다. (1권, 본문 88쪽)


   ……하물며 집게손가락보다 크지 않은 그 ‘저장공간’도 내가 갖지는 못했습니다. 황정순에게 돌려주지도 못하고 그저 거기에 방치했습니다. 황정순도 극구 내게 떠넘기는 그것이면 다만 그건 다시 땅으로 (영원히?) 들어간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2권, 닫는 글 127쪽)




   오동원의 소설 『제0의 모순』 1권은 한 작가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여류작가 우순심의 동반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으로 문을 여는 이 소설은, 사건의 외곽을 더듬어 가는 동안 오히려 한 사람의 삶과 욕망, 문학과 사랑, 기억과 해석의 문제를 집요하게 끌어올린다. 겉으로 보면 하나의 스캔들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나 도덕적 판결로는 다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의 심연으로 바뀐다. 첫인상은 강렬하다. 그러나 끝까지 읽고 나면 남는 것은 자극이 아니라 인간을 끝내 단순화할 수 없다는 묵직한 감각이다.


   1권의 힘은 서사의 방식에도 있다. 평론가 안문호의 시선으로 우순심의 죽음을 더듬던 소설은 어느 순간 우순심의 목소리로 깊숙이 들어가며, 한 여성의 젊은 날과 사랑, 결혼과 배신, 어머니가 되어가는 시간을 천천히 펼쳐 보인다. 이 시간과 장면의 전환은 한 인간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얼마나 쉽게 오해되고 소비되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바깥에서 보던 우순심과 안에서 살아낸 우순심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 바로 그 틈에서 작품은 살아난다.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서늘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우순심이라는 인물이 단지 비극의 주인공으로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상처 입고 흔들리면서도 끝내 자기 삶의 중심을 놓지 않는 사람이다. 사랑이 무너진 뒤에도 딸 정순이를 품고 살아가고, 떠나야 할 때는 떠나며, 견뎌야 할 시간은 제 힘으로 견딘다. 황민호와의 관계가 파탄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작품은 누구를 쉽게 재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기억이 어떻게 오래 남아 사람을 붙들고, 그 기억이 또 어떻게 삶을 버티게도 하는지를 천천히 보여준다. 우순심은 몇 마디 설명으로 이해되는 인물이 아니다. 여러 계절을 통과하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에 가깝다. 1권은 바로 그 복잡하고도 선연한 인간의 얼굴을 보여준다.


   우순심이라는 인물이 오래 남는 이유는 이 작품의 문장적 결에도 있다. 인물들은 사건을 설명하기보다 자기 내면의 리듬으로 말하고, 자연과 계절, 강과 별빛, 길과 발코니 같은 이미지들은 서사의 배경이 아니라 감정의 또 다른 문장으로 기능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줄거리만 따라 읽으면 다 담기지 않는다. 한 문장 한 문장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의 결을 같이 느껴야 비로소 인물들이 보인다. “사람은 왜 사람인가?”라는 물음은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그 질문을 관념으로 던지지 않고, 상처 입은 인간들의 관계 한복판에서 끝까지 붙들고 간다.


   1권의 마지막에 이르러 독자는 제목을 다시 보게 된다. ‘제0의 모순’은 하나의 사건명이라기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깊은 아이러니를 가리키는 말에 가깝다. 존경과 경멸, 사랑과 미움, 그리움과 외면이 한꺼번에 존재하는 자리, 바로 그 불편하고도 진실한 자리가 이 소설의 출발점이다. 이 작품은 쉽게 이해되는 인물보다 오래 남는 인물을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잘 닿을 것이다. 관계의 이면, 문학의 허영과 진실, 사랑의 눈부심과 그 폐허까지 함께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라면 1권에서 이미 깊이 붙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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