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도서
교실은 매일 드라마였다
수천 편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
교실은 매일 드라마였다
수천 편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저자
강양희출간일
2026년 10월 12일페이지
276쪽판형
신국판형(152*210mm)정가
16,000원“너희는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스승들이었다.”
교실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웃음과 갈등, 기다림과 배려가 스쳐 지나가고, 그 안에서 학생과 교사는 서로에게 배우며 조금씩 자란다. 이 책은 26년 동안 교단을 지켜온 강양희 선생님이 그 시간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기록한 책이다.
세월이 흐른 뒤 그에게 남은 것은 성취보다 아쉬움과 감사였다. 조금 더 기다려 주지 못했던 마음, 미처 헤아리지 못한 제자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안 자신 또한 그들에게 배우며 교사가 되어갔다는 고백이 책 곳곳에 스며 있다.
학교를 둘러싼 걱정이 커진 지금도 교실 안에는 다른 풍경이 있다. 힘든 친구의 곁을 지키는 학생이 있고, 작은 배려를 자연스럽게 건네는 학생이 있으며, 한 학생의 가능성을 끝까지 믿는 교사가 있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을 뿐, 학교는 그렇게 하루하루 학생들의 내일을 키워가고 있다.
이 책은 한 교사의 회고를 넘어 우리 공교육의 현재를 바라보게 한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학교를 지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이다. 학생을 믿고 기다리는 교사와 그 믿음 속에서 자라는 학생들. 그들이 만들어 가는 학교의 미래를 다시 믿게 하는 책이다.
저자 강양희
1963년 경북 안동군 임동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강원도 탄광촌 동점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눈 덮인 산골 마을에서 탄광촌의 거친 삶을 가까이에서 마주하며 성장했다.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관동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유년 시절 탄광촌에서 마주한 삶의 풍경은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깊은 공감의 밑거름이 되었고, 국문학을 통해 다져진 감수성은 삶과 인간을 성찰하는 글쓰기의 바탕이 되었다. 26년간 중 ·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 그리고 아픈 아들을 돌보며 한 사람의 어머니로 견뎌온 세월은 작가의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 책에는 그 모든 시간 속에서 길어 올린 사랑과 인내, 아픔과 희망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있으며, 같은 길을 걷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새로운 용기를 건넨다. “삶은 때로 우리를 깊은 어둠으로 이끌지만, 사랑은 언제나 다시 살아갈 이유를 만든다.” 이 책에는 그 시간을 지나온 한 사람, 여교사이면서 엄마로서의 진실한 기록이 담겨있다.
추천사 (1)
추천사 (2)
프롤로그
제1장 학교 풍경
01. 학교 풍경
02. 무서웠던 교관
03. 어느 늦가을 아침
04. 봄바람 같은 하루
05. 뺑뺑이 선착순 10명
06. 추억을 허락하다
07. 작은 파우치 속에 숨겨진 이야기
08. 시험감독 관찰 일기
09. 정적을 깨트린 소리
10. 천둥보다 봄비
11. 잉어 낚시
제2장 코로나19 팬데믹
01. 고요가 가르쳐 준 것
02. 격리 해제
03. 교실에서 본 희망
04. 함께 건넌 위기
05. 코로나19로 드러난 교실의 민낯
제3장 교실은 매일 드라마였다
01. 왜 나한테만 그러세요?
02. 무죄 그리고 남은 상처
03. 거울 앞에서 살아나는 여학생들
04. 맞짱 뜰까?
05. 교사의 상처
06. 교실 문턱
07. 다이아몬드와 롤빗
08. 공기계와 아이패드 사이
09. 순식간에 무너진 교실
10. 머리카락 몇 가닥
제4장 교사의 보람
01. 엽서 한 장
02. 잡초에서 약초로
03. 담임의 무게
04. 분노를 멈추게 한 목소리
05. 머리 색보다 먼저 보아야 할 것
06. 문 앞에서 놓쳐버린 것
07. 빠른 것에 길들여진 학생들
08. 정직함과 생리 결석
09. 아이 앞의 돌멩이
10. 세상의 빛을 길러내는 교육
11. 감사가 머문 자리
12. 은퇴 인사말
제5장 살아가는 이유
01. 숭늉 한 모금
02. 눈물 위에 세운 감사
03. 꼴찌 딸과 광부 아버지
04. 탄가루 속에 피어난 사랑
05.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
06. 옷도 벗고 입맛도 벗고
07. 시간 밖에 사는 아이들
08.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09. 아들의 비밀문서
10. 따뜻한 동료애
11. 할아버지와 닭
12. 진정한 위대함
우리 학교는 캠퍼스가 참 아름답다.
특히 벚꽃이 만개하는 계절이 오면
교정은 연한 핑크빛으로 낭만 가득한 세상이 된다.
연분홍 꽃구름이 교정 위에 내려앉고,
꽃향기를 머금은 봄바람은
학생들의 웃음소리 사이를 부드럽게 흐른다.
무심한 사람도 그 풍경 앞에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잊고 지내던 봄의 설렘에 젖게 된다.
쉬는 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삼삼오오 벚꽃 아래를 거닐고,
사진을 찍으며 웃음을 나눈다.
어쩌면 그 순간만큼은
입시도, 성적도, 진학도 다 잊은 채
그저 청춘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다행히 이번 주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봄비 한 번이면 우수수 떨어질 꽃잎들이
교정을 떠나지 않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봄날을 수놓고 있다.
벚꽃은 짧은 생을 알기에
더욱 힘껏 피어나 화사했다.
점심시간!
휴대폰을 관리하는 에너지 보안 관리부장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 표정을 보니 무언가 부탁이 있는 모양이다.
“선생님!”
“왜?”
“이번 주만 점심시간마다 휴대폰을 주시면 안 될까요?”
순간 나는 알아차렸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벚꽃 때문이라는 것을.
평소에 어른들은 종종 입버릇처럼 말한다.
“요즘 애들은 낭만이 없어!”
스마트폰과 게임, 짧은 영상에 익숙한 학생들이
감성이나 추억과는 거리가 멀다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른들의 착각이다.
학생들에게 낭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낭만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교정을 마주한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빴다.
친구들과 사진을 남기고, 웃음을 수놓으며,
이 순간을 붙잡아 두고 싶어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고3의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학생들에게는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걷는 벚꽃길도,
시험이 끝난 뒤 운동장에 앉아 떠드는 시간도,
언젠가는 모두 추억이 된다고.
지금 학생들이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은
단순한 사진 한 장이 아니라
다시 돌아오지 않을 열여덟과 열아홉의 봄날이라고.
그래서 허락했다.
아름다운 벚꽃과 함께, 아름다운 청춘을 남기라고.
입시의 무게에 짓눌리기 전에
친구들과 마음껏 웃고,
꽃잎이 흩날리는 교정에서 추억 하나 품어 가라고.
멋진 벚꽃이 학생들에게 봄을 선물했으니,
멋진 선생님도 작은 선물 하나쯤 건네고 싶었다.
그해 봄,
학생들은 벚꽃을 찍고 있었지만
사진 속에 담긴 것은 꽃이 아니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청춘을 찍고 있었다. 훗날 그 사진을 꺼내 보는 날,
그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꽃보다 찬란한
계절 한가운데 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이 책 본문 中에서
학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느 순간부터 한층 무거워졌다. 교권의 흔들림, 학교폭력의 그림자, 입시 경쟁의 압력, 학습 격차의 깊어짐, 교실의 균열 같은 말들이 학교라는 이름보다 먼저 떠오르곤 한다. 뉴스 속 학교는 늘 긴장으로 흔들리고, 학생들은 버릇없고, 혹은 무서운 존재로 묘사되며, 교사들은 지친 얼굴로 비친다.
학교에도 드라마 같은 갈등과 상처가 있다. 교사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도 흐른다. 그러나 그 장면들 사이로 웃음이 스며 있고, 서로를 외면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으며, 한 학생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교사의 손길이 있다. 말없이 떨어진 시험지를 주워 건네는 손, 추위를 느끼는 선생님에게 가디건을 건네려는 마음, 집에 가기 싫어 교무실을 찾은 친구 곁에 자연스럽게 앉아주는 학생들의 모습이 있다.
책의 시작은 미안함이다. 최선을 다했다고 믿었지만 돌이켜보면 서툴렀고, 자신의 말과 판단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선생님의 고백이 있다. 젊은 시절에는 학생을 변화시키는 속도가 교육의 성과라고 여겼고, 규칙을 세우고 지키게 하는 일이 교사의 역할이라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한 학생이 변화하기까지는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운다. 당장 달라지지 않는 모습 속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이 미안함 속에서 교사의 깊이가 드러난다. “그 학생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를 떠올리는 마음은 교실을 떠난 뒤에도 오래 남는 교육의 흔적이다. 책에는 그런 교사들이 여럿 등장한다. 힘든 학생의 말을 끝까지 받아내고, 쉽게 판단하지 않으며, 학생의 문제 뒤에 놓인 사정을 한 번 더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코로나19라는 혼란의 시간 속에서도 수업을 이어가기 위해 온라인 수업이라는 낯선 기술을 배우고 나누며, 화면 너머의 학생들에게까지 배움을 연결하려 애쓴 교사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저자는 그 시간을 돌아보며 “배움의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라고 기록한다.
공교육이 살아 있다는 것은 거대한 성과로 증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에 드러나는 것은 대개 무너진 장면들이다. 그러나 학교의 대부분은 기록되지 않는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퇴근 후에도 한 학생을 떠올리는 교사의 시간, 친구가 친구를 자연스럽게 챙기는 순간, 조용히 이어지는 상담과 기다림의 장면들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시간을 천천히 펼쳐 보인다.
저자는 요즘 학생들을 쉽게 단정하지 않는다. 부족한 모습과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 함께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미래의 결을 읽어낸다. 시험감독 중 학생들이 말없이 시험지를 주워 건네는 장면을 보고 그는 이렇게 적는다.
“그날 나는 시험감독을 한 것이 아니라 희망을 보고 왔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주는 손, 추워 보이는 사람에게 옷을 건네려는 마음, 누군가를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태도. 저자는 그 사소한 장면들 속에서 앞으로의 사회를 본다. 타인을 살필 줄 아는 학생, 먼저 움직이는 학생, 선한 행동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학생들이다.
청소년기는 완성된 인간을 평가하는 시간이 아니다. 흔들리고 실수하며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어른의 눈에는 답답해 보이던 학생이 시간이 흐른 뒤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그 시간을 충분히 기다리지 못했던 순간들에 대한 저자의 아쉬움은 그래서 더 깊게 다가온다.
교육에는 기다림이 깃든다. 오늘의 모습만으로 학생의 미래를 단정하지 않는 일, 아직은 드러나지 않는 가능성을 믿는 일, 잘못을 바로잡으면서도 그 학생 전체를 판단하지 않는 태도. 저자가 긴 교직 끝에 도달한 결론은 교육적인 이론이 아니라 이런 마음의 결이다.
학교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는 많다. 교사의 고통도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학교를 설명할 수는 없다. 여전히 교실에서는 교사와 학생은 웃고, 다투고, 화해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한 학생을 살리는 교육은 거대한 정책이나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늘 왜 안 왔니?”라는 전화 한 통, 말없이 기다려 주는 시간, 친구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마음, 끝까지 졸업시키고 싶어 하는 담임의 걱정 같은 것들이다. 그런 마음이 이어지는 한 학교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건네고 싶었던 것도 결국 이 믿음이다. 학교를 걱정하는 이에게는 여전히 좋은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참교육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는 지금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교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교실은 매일 드라마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교육의 기록이다. 상처를 안고도 다시 교실로 들어서는 교사와, 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학생들이 함께 써 내려가는 시간의 이야기다. 그런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존재하는 한, 학교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간다. 26년의 교직 끝에서 저자가 남긴 “너희는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스승들이었다”라는 말은 작별이 아니라 감사이며, 동시에 다음 시간을 향한 믿음이다.
학생들은 오늘도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여전히 학생의 내일을 믿는 교사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학교는 지금도 아름다운 드라마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