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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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억에 남기고 싶은 시

풍자시와 대한민국 관련 시

당신의 기억에 남기고 싶은 시

풍자시와 대한민국 관련 시
  • 저자

    이종진
  • 출간일

    2026년 10월 30일
  • 페이지

    116쪽
  • 판형

    변형판형(135*210mm)
  • 정가

    10,000원

책 소개


   『당신의 기억에 남기고 싶은 시』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들을 한 편 한 편 꺼내놓은 시집이다. 어머니의 손, 아버지와 함께했던 한 끼, 사라진 고향 집, 첫사랑과 젊은 날, 어느새 찾아온 황혼까지 평범해서 지나쳤던 순간들이 세월을 건너 다시 소중한 기억이 된다.


   특히 부모를 향한 시에는 뒤늦게 알아버린 사랑과 그리움이 깊게 배어 있다. “그토록 강했던 어머니는 / 어느새 아기가 되어 있었다”는 고백처럼, 시인은 나이가 들어서야 보이기 시작한 부모의 모습을 담담하게 바라본다. 살아 계실 때 더 잘하지 못했던 마음마저 숨기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개인의 추억에만 머물지 않는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삼일절, 광복절, 6.25전쟁, 4.19혁명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 우리가 기억해야 할 시간들을 되짚고, 자연과 계절, 교육과 사회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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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순간

정암루에 앉아

면앙 송순 선생을 기리며

의병

죽녹원의 사계



측은하리만치 쪼그라져 버린 어머니가

동네 놀이터 벤치에 홀로 멍하니 앉아 계시다

저만치서 오는 저를 보시고는 매일 보는 저를


무엇이 그리 반가우셨는지

무엇이 그리 급하셨는지


황급히 일어나 허둥지둥 신발을 찾아 신고

그 불편하신 다리로 급하게 제게로 오시고는


무척 반가우신 얼굴로

저를 올려다보시며 제 손을 잡으신다


어릴 적 엄마를 향해 달려가던

내 모습이었다


그토록 강했던 어머니는

어느새 아기가 되어 있었다


그 작은 가슴에 그 작은 주머니에 무엇 하나

변변히 채워드리지 못한 이 불효자는


어머님이 떠나신 지금

후회와 아쉬움에

새로 나온 과자 한 봉지만을 보고도


그리운 마음에 눈물을 흘립니다


- 본문 詩 ‘우리 어머니’ 전문



   사람은 이상하게도 사랑을 받는 순간보다 사랑이 지나간 뒤에 그 깊이를 더 잘 알게 된다. 늘 곁에 있을 것 같던 사람이 떠난 뒤에야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한마디와 손길이 그립고 소중해진다. 이종진 시인의 시집 『당신의 기억에 남기고 싶은 시』에는 그런 뒤늦은 깨달음이 곳곳에 배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깊게 마음을 붙드는 것은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이다.


   시인은 아주 작은 장면 하나로 어머니를 추억한다. 동네 놀이터 벤치에 홀로 앉아 있던 어머니가 아들을 발견하고 불편한 다리로 서둘러 다가와 손을 잡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순간을 “그토록 강했던 어머니는 / 어느새 아기가 되어 있었다”고 쓴다. 어린 자식을 향해 달려오던 어머니와 이제는 늙은 어머니를 바라보는 자식의 시간이 그 짧은 문장 안에서 겹쳐진다.


   부모와 함께했던 시간은 지나고 나서야 전혀 다른 얼굴로 돌아오기도 한다. 새로 나온 과자 한 봉지를 보며 어머니를 떠올리고, 부모님 산소의 풀을 뽑으며 살아 계실 때 더 정성껏 모시지 못했던 날들을 돌아본다. 신으시기 편하도록 부모님의 신발코를 돌려놓았던 사소한 행동까지 이제는 귀한 추억이 된다. 살아가는 동안에는 대수롭지 않았던 일들이 누군가 떠난 자리에서는 쉽게 잊히지 않는 기억이 된다.


   특히 시 「그리움」의 “주소도 모른 채 / 오직 우리 어머니 아버지 / 사진 한 장 손에 들고 / 하늘나라 이 별 저 별 / 문을 두드려 본다”는 구절에는 이 시집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갈 수 있는 길도, 찾아갈 주소도 없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슬픔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 더욱 먹먹하게 남는다.


   이종진 시인의 시에는 문학적 기교보다 살아온 시간이 먼저 놓여 있다. 때로는 투박하고, 마음이 문장보다 앞서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한 사람의 육성이 가깝게 들린다. “철없던 지난날의 나에게 / 그나마 조금은 철이 든 / 지금의 내가 말을 한다”는 문장에는 이 시집을 관통하는 마음이 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그때는 몰랐던 것을 이제야 알아가는 사람의 목소리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은 한 사람만의 사연이면서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부모가 곁에 있는 독자에게는 지금의 시간을 돌아보게 하고, 이미 떠나보낸 독자에게는 오래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목소리와 표정을 다시 불러온다.


   삶에서 정말 오래 남는 것은 의외로 작은 것들이다. 이 시집 『당신의 기억에 남기고 싶은 시』는 그 평범했던 순간들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를 뒤늦게 돌아보게 한다. 시인이 자신의 기억에서 꺼내놓은 그리움이 독자의 기억과 만나는 순간, 이 책의 제목은 비로소 독자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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